홈 - 시베리아-바이칼여행 - 7월28일(목) |
아침부터 한달 간 비울 집 청소의 마무리를 하느라 바쁘다. 달라비아 항공의 기내식이 부실하다는 글을 읽은 탓에 김치 김밥도 쌌다. 폭우가 쏟아져 우산 없이 출발하기는 어려운 형편. 차를 가지고 출발하여 호계동 집에 들러 엄마를 태우고 리무진 있는 곳까지 갔다가 엄마가 우리 차를 가지고 돌아가셨다. 15분 정도 기다리는데 앞쪽에 키 작고 가무잡잡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남편이 러시아 사람인가 하고 묻길래 동남 아시아 쪽 같다고 대답했다. 공항에 도착하여 달라비아 항공에서 좌석표를 받고 있는데 아까 그 남자 분이 또 있었다. 안양에서 출발하여 우연히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되는 인연이라니. 인도 사람으로 명상요가센터의 스승인 그는 '다다수바'라 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요가스승이다. 비행기에서 더 말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기내에서 먹을 것들을 더 사고 싸온 도시락을 먹은 뒤 비행기 타는 곳에서 기다렸다. 마지막으로 양쪽 어른들께 전화를 드렸다. 시아버지는 긴급통화라는 것을 받은 적이 없으셔서 통화에 실패했다. '받으시겠습니까?'하면 끊으시는 거다. 예정 시간보다 10분 늦은 시각 3시 55분에 비행기는 떠났다. 낡은 의자에 냄새까지 퀴퀴해서 비행기는 가히 낡은 시골버스라고 불러야 할 지경이다. 이런 국제선이 또 있을까? 몽골 국내선 분위기이다. 다다는 우연히도 우리의 옆자리였으나(옆자리이면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버스처럼 다른 러시아 아줌마가 앉는 바람에 뒷 쪽으로 갔다. 날씨는 궂은 편이고 층층이 구름 투성이다. 푸른 하늘은 약간만 보인다. 러시아인이 유난히 많은 기내에는 주변에 어린이나 아기도 많다. 러시아 사람들은 서양인이면서도 선이 곱고 부드러워 보이며 여자들과 아이들이 예쁘다. 여자들은 무지 늘씬하다. 기내식이 별로 라고 해서 먹을 것을 사왔건만 의외로 기내식은 푸짐한 편이다. 도시락 곽 같은 큰 부식 통 하나와 쥬스류를 주고 생선, 닭을 고르는 주식이 나온다. 곁들여 먹는 음식에 김치와 고추장을 줘서 맛있었다. 먹는 걸 잘 주면 우리는 모든 것을 용서한다... 기류를 타며 푹푹 떨어지는 비행기의 그 좁은 좌석에 끼어 앉아서도 정말 열심히 먹었다. 기내식을 먹으니 드디어 여행을 떠난다는 실감이 났다.
역시 줄서서 입국을 기다리다 혼자 여행 온 대학생 지율이를 만났다. 기내에서 볼 때에는 일본사람인 줄 알았는데 유학 온 친구를 만나러 온 우리나라 사람이다. 공항 밖으로 나와 다다와 헤어지고 모든 것이 낯선 우리는 지율이 친구인 보람이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현지 가이드로도 일하기 때문에 공항에 나온 사장님께 우리 사정을 말해줘서 그분의 승용차를 타게 되었다. 패키지 팀은 대절 미니버스로 같이 이동. 가는 도중에 어렵고 복잡한 거주지 등록, 비싼 숙박비, 러시아어를 못하면 돌아다닐 수 없다는 말들을 하셔서 처음부터 기분이 무척 암담했다. 뚜리스트 호텔에서는 가이드 청년이 방을 배정해주고 3일간 거주지 등록도 호텔에서 해주었다(호텔 자체에서 하면 무료). 또한 내일 표 끊는 것에 대한 정보도 주겠다고 한다. 방은 7만 5천원. 무지하게 비싸다. 어쨌든 정보도 많이 얻고 급할 때 도움을 얻을 수 있어서 참 고마웠다. 배낭여행이 이렇게 어려운 곳에서 이분들을 만난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웬지 앞으로의 일은 잘 풀릴 것이고 여행이 수월하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돈이 무더기로 들것이라는 생각에 막막하다. 주변 풍경은 고가도 보이는 좀 삭막한 도시의 모습이다. 베란다에 둘이 나갔다가 문을 못 열어 갇히는 바람에 해안이가 가이드 오빠를 불러와 열어줬다. 낡은 숙소이지만 베란다 문은 새로 고친 모양이다. 오래된 건물이라 해도 그럭저럭 제대로 된 호텔이라 깔끔한 편이고 뜨거운 물도 잘 나온다. 밖의 날씨는 꽤 서늘한 편이다. 지나다니는 러시아인들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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