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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케탐 섬 / 콸라룸푸르 시티 센터 Pulau Ketam & KLCC 케탐 섬 가기 아침에 숙소 앞 중국요리점에서 완탄미(만두국수)와 죽을 시켜 먹었다. 곤달걀과 어묵이 맛스럽게 섞인 죽은 양도 많았지만 곤달걀의 고소한 맛에 저절로 행복해졌다.
하지만 LRT와 환승하는 역에서 문제가 생겼다.
분명히 출구에 LRT타는 곳 이쪽! 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는데, 아무리 가도 역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도 어떤 말로 해야 되는지 잘 알아 듣지 못한다. 뜨거운 볕이 쬐는 거리를 한 참 걸으면서 역을 찾았지만 기다리는 역은 나오지 않고 점점 지쳐 간다. 아니, 푸두라야 터미널에서 KL역까지 그리도 짧은 길을 이렇게 헤매어야 하다니. 이윽고 메르데카 광장까지 걸어 왔다. 경아씨가 자꾸 지쳐가길래 일단 택시를 타고 센트랄 역까지 도착했다. 경아씨는 푸켓에서 다친 발가락이 성하지 않은 듯 자꾸 절뚝거린다.
끌랑 항은 커뮤터의 종점이다. 콸라룸푸르에서 서해안까지는 좀 되는 거리인데 이런 곳까지 시내교통이 다니니 신기하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청량리에서 인천까지 가는 식인데 전철이 좁은 시내만 다니는 방콕에 비해 역시나 콸라룸푸르는 큰 도시구나 싶다. 가는 내내 시원한 실내에서 잠만 잤다. 종점에 도착하니 바로 항구가 있고 배가 출발 직전이다. 잘 맞아떨어지는 일정. 또다시 작열하는 햇살. 카메라가 적당한 노출을 좀체로 잘 잡지 못할 만큼 밝게 내리쬐는 열대의 태양. 냉탕 온탕을 왕복하는 것 같다.
음식점이 즐비한 시장을 지나 섬 내에 들어 서니 쓰레기통은 잘 보이지 않고 조금씩 보이는 바닥의 틈엔 여지없이 엄청난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집이나 거리는 잘 관리하지만 거기서 나온 쓰레기를 바닥 틈새를 통해 그냥 아래로 버린다. 마치 거대한 쓰레기통 위에 타운이 형성된 것인데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곳에서 잘 사나... 섬 주변 바다는 볼 것 없이 탁한 물이었는데 이 이상 섬 주변 바다가 잘 버텨나갈지 걱정이다. 섬이 그닥 볼 것도 없는 데다 목가적인 시골 분위기는 바닥아래 감춰진 쓰레기 때문에 그 풍경을 감상할 수 없게 만드는 바람에 식사나 하고 나가자는 생각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식사 후 바로 선착장으로 나오니 운수좋게도 배가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를 태우고 바로 떠난다. 돌아오는 커뮤터 열차 안에서 차창 밖을 보니 내가 외국에서 기차여행을 하고 있구나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화창한 날씨에 야자수, 한적한 시골 풍경. 풍경 좀 보다가 잠이 들었다. (오늘은 줄창 잠만 잔다)
모노레일을 타고 가다가 환승하여 KLCC에서 내렸는데, 생각해 보니 센트랄 역에서 바로 KLCC로 가면 되는데, 우린 바보다. KLCC역 지하 상가에서 엄청나게 고소한 냄새에 끌려 쫓아가 보니 빵집이다. 무척 인기있는 빵집인 듯 사람들이 줄 서서 빵을 산다. 이런 곳에서 안살 수가 없는 우리는 빵을 사들고 트윈타워로 향했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나스의 본사 건물인 이곳은 한국의 삼성건설과 일본의 건설 회사가 세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콜라룸푸르의 랜드마크로 통하는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 그 웅장함에 입이 딱 벌어졌다. 멀리서 햇빛에 빛나길래 스텐 껍질 아니야? 했었는데, 가까이 가 보니 역시나 건물 외벽이 합금으로 되어 있다. 그것도 그냥 매끈 한 것이 아니라 돌기가 나 있는 고급스러운 표면 처리. 인간이 만든 거대건축물에서 이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니.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이 건물의 전체를 찍을 수는 없었다. 광각렌즈가 없는 똑딱이 콘탁스의 한계려니. 우연히 잡은 표면에 비친 풍경이 아름답다. 조금 있다 보니 스콜이 내린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이리저리 뛰고 건물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건물 앞에서 비를 피하며 앉아서 풍경을 보자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열대의 스콜과 그리도 잘 어울리는 거대건축물이라니. 일하는 사람들 마음도 우리와 같은지 오순도순 앉아서 비를 구경하고 있다. 앉아서 비를 감상하며 오렌지를 까먹고 있자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경찰 아저씨들이 우리를 구경하며 웃는다. 역시나 여전히 운행중인 공짜 버스 108번을 타고 부킷 빈탕 거리로 왔다. 저녁엔 이곳에 살고 있는 무진이를 불렀다. 기왕 한번 신세져 보면서 친구 삼아야겠다 하고 전화를 했는데 무진이는 우리가 전화를 안할 줄 알고 내심 기대를 안했다가 전화를 하니 무척 기뻤다고 한다. 뭐, 여행 중에 연락하자 하다가 안하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무진이는 차를 가지고 와서 콸라룸푸르의 구석구석을 보여 준다. 한국인 사는 곳에도 들러 보았는데 역시나 한국인들은 어디에서 살아도 폼나게 산다. 중국인이나 인도인들은 스스로의 문화를 지키면서도 완전히 말레이에 동화되어 있는 삶을 살지만 아무래도 한국인들은 어느 정도 수준이 있어야 살 곳을 찾는 가 보다. 무진이는 꽤 신경을 쓰며 우리를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니다가 외곽 주거지역에 있는 홍콩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간다. 일종의 패밀리 레스토랑인데 값도 싸고 깔끔한 실내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 곳이다. 여행자 입장으로는 이런 지역의 이런 레스토랑에 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재미있는 경험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무진이가 다시 차로 우리를 숙소까지 데려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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